그리움 그리움 - 전혜린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시 2011.01.23
오십 세/문정희 오십세 나이 오십은 콩떡이다 말랑하고 구수하고 정겹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화려한 뷔페상 위의 콩떡이다 오늘아침 눈을 떠보니 내가 콩떡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은 안 가고 나이만 왔다 엉큼한 도둑에게 큰것 하나 잃은 것 같다 하여간 텅빈 .. 시 2010.12.09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 시 2010.12.09
한계령을 위한 戀歌 한계령을 위한 戀歌(연가)/ 문 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 시 2010.12.08
기대 기대 그대 향해 가는 길은 이렇습니다 마음의 수해로 끊어진 길을 서성이다가 급한 김에 손으로 흙더미들을 날라보고 삽질에 괭이질도 해보다가 그럭저럭 어떻게든 이어 또 갑니다. 때로는 레일도 얹어보고, 다리도 내 봅니다. 시간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조바심에 마음 흔들려서 그렇지, 그럭저럭 .. 시 2010.08.16
사랑/조병화 사 랑 조병화 . 시간을 탈출하는 방법을 너만이 알고 있다 시간을 탈출하는 길을 너만이 알고 있다 탈출 불가능한 이 시간 속에서 너만이 나를 탈출시킬 수 있는 비밀을 안다 시 2010.07.01
편지/김남조 편지/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은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 시 2010.06.20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용혜원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용혜원 그리움이 마음의 모퉁이에서 눈물이 고이도록 번져나가면 간절한 맘 잔뜩 쌓아 놓지 말고 망설임의 골목을 지나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 무슨 곡절이 그리 많아 끈적 끈적 달라붙는 보고픈 마음을 근근이 막아 놓는가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애.. 시 2010.05.29
사랑은 잠수중/최옥 사랑은 잠수 중 ---------------최옥 그대는 수심을 가늠할 수 없는 바다 나는 그 바다에 떠 있는 멍텅구리 배 멀어졌다...가까워졌다... 애만 태우던 파도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그대 마음이더라 찬란한 햇살인가 싶으면 깜깜한 어둠이던 사랑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흔들리던 내 마음도 거기 있더라 시 2010.05.29
가을편지/김시천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속 숲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 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시 201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