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서랍 여자의 서랍 달리의 조각 타오르는 여인은 아홉 개의 서랍을 가지고 있지. 닫힌 서랍은 비밀의 창고 안으로 잠긴 마음의 문은 불길 속에서도 열리지 않지. 그녀에게는 많은 서랍이 있지 (서랍이 없는 여자도 있나 뭐) 우울할 때면 서랍에 숨어서 꿈꾸기도 하는 그녀, 서랍에는 하늘이 있고 바다도 있지... 시 2011.08.16
연인(戀人) - 황금찬 연인(戀人) - 황금찬 연인 너를 부르기 위하여 겨우 찾아낸 말이다. 한 백 년 불러도 싫지 않고 다시 부르고 싶은 이름이다. 하지만 백아의 동굴을 거쳐 나와 연인이라는 말이 되기까지는 쉰 길 소에서 바위를 머리카락으로 달아올리는 그런 괴로움이 있었느니라. 연인아, 하고 부르면 너와 나 사이는 천.. 시 2011.07.21
꽃 한 송이/김용택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시 2011.06.20
새잎 / 김용택 오늘이 어제인 듯 세월은 흐르는 물 같지만 새로 오는 봄 그대 앞에 서면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새 잎처럼 피어나는지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봄날이던가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꺾으며 꽃 따라 가다가 문득 고개 들어 나는 당신 안에 들어섰고 당신은 나에게 푸르른 나무가 되었습니다 오늘이 어제인 듯 세.. 시 2011.06.17
어느 씨앗 어느 씨앗 문정희 과일을 쪼개듯이 우리가 사는 이 무사한 연대를 쪼개고 보면 그대는 보리라 과일씨처럼 박혀 살던 모든 여자의 어깨에 한결같이 몇 날의 날개가 달려 있다는 것을 밤마다 인식의 등을 켜 들던 그리하여 서로에게 아름다운 별이 되던 창가에 서서 여자들은 밤마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시 2011.06.07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 시 2011.04.03
양귀비 꽃 / 오세영 양귀비 꽃 / 오세영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아름다움은 관능과 슬픔이 태워 올리는 빛이다 시 2011.03.25
봄이 오면 나는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시 2011.03.23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 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시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