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화창한 봄날 어쩌면 저 꽃들이 다 눈물일지 모른다 저 눈물이 다 꽃이게 하는 화창한 봄날이다 - 고창영의 시집《힘든줄 모르고 가는 먼 길》에 실린 시<화창한 봄날>중에서 - 시 2013.03.13
떠나야할 때를/나태주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잊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 나태주, '떠나야 할 때를' 중에서 - 시 2013.02.27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마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것 아니겠느냐. 시 2013.02.07
푸른 우물 /조병화 푸른 우물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 조병화의 시<가을>(전.. 시 2012.09.24
류시화 꽃눈 틔워 겨울의 종지부를 찍는 ... 산수유 나무 아래서 애인아, 슬픔을 겨우 끝맺자 비탈밭 이랑마다 새겨진 우리 부주의한 발자욱을 덮자 아이 낳을 수 없어 모란을 낳던 고독한 사랑 마침표 찍자 잠깐 봄을 폐쇄시키자. 이 생에 있으면서 전생에 있는 것 같았던 지난겨울에 대해 나는 .. 시 2012.08.07
강 /황인숙 강 - 황인숙 -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 나한테 토로하지 마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 시 2012.08.07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 천.. 시 2012.06.23
그대에게/ 안도현 그대에게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말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 시 2012.04.20
연탄한장/ 안도현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 시 2012.04.20
사랑/ 안도현 사 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은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가 우는 것이다. //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 시 201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