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우리가 흔히 아는 느티나무의 어원도 수피의 색에서 파생되어 지금은 그 뜻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버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다. 느티나무는 꽤 유명한 나무이며 보편적인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름이 상당히 많다. 괴목(槐木), 서낭댕이나무, 동구나무(둥구나무), 동굴느틔나무, 둥근느티나무, 긴잎느티나무, 둥근잎느티나무, 정자나무 등이 있어 상당히 복잡한 어원 구조를 갖는다.

 

눌-/눋-(黃) + 홰/ 회(槐) + 나무 = 눋회남우 → 누튀나모 → 느틔나모 → 느티나무

 

그렇다면 느티나무가 나무의 수피색이 노랗다는 얘기인데 어린나무만을 보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지도 모른다. 어린나무는 검푸른 색을 띈 밤색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거수가 되면 이야기는 다르다. 껍질이 버즘나무처럼 떨어지면서 방금 떨어진 껍질부분을 자세히 보면 노랗고 목재의 속이 노랗다. 그렇다면 홰/회의 의미는 무얼까? 우리나라에서 느티나무 외에 괴목(槐木)이라 불리는 나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회화나무인데 괴목은 특히 이름난 양반이 살았던 곳에 가면 아름드리 회화나무 몇 그루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한자로는 괴(槐)라 하여 느티나무와 같은 자를 사용하므로 옛 문헌을 읽을 때 혼란을 종종 야기하기도 하는데 괴목(槐木)이라면 회화나무로도 해석할 수 있고 느티나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식물학자 이창복교수에 의하면 회화나무의 꽃을 중국에서는 괴화(槐花)라고 하는데 괴(槐)의 중국 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 혹은 회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두 괴(槐)나무의 차별성을 두고자 느티나무를 노란 회화나무란 뜻으로 달리 부르다가 느티나무가 되었을 거라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괴(槐)라는 말의 어원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木(나무) + 鬼(신성한 의미) = 槐(신성한 나무) → 神木

 

한자의 구조가 ‘木+鬼 =槐’ 로 최고의 길상목으로 대접받으며 중국에서는 학자수, 출세수, 행복수라고도 부르며 모든 일에 회화나무가 등장한다. 하물며 재판관이 송사를 들을 때에는 반드시 회화나무의 가지를 들고 재판에 임했다고 한다. 회화나무가 진실을 가려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나무는 다른나무에 비해 산소 배출량이 월등히 높다고 하니 상당한 개연성을 갖는다. 이렇게 좋은 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민가에서 심는 것을 금기시한 이유는 무얼까? 하사목(下司木)으로 임금의 허락이 있어야만 심을 수 있어서 함부로 심을 수 없어서 서민들과는 먼 거리감이 있다. 대신 민가에서는 중국과 달리 느티나무가 더 친숙한 나무가 되었다. 마을 입구에 심어져 있는 경우에는 둥구나무라 부르는데 이는 동구(洞口)나무에서 변한 말이고 성황당에 주로 심어지는 경우가 있어 서낭댕이나무 또는 서낭당나무로 불리면서 퍼진 듯하다. 오히려 ‘괴’라는 순우리말에서 그 어원을 찾고 싶다. 지금은 고어로 사용하지 않지만 현재의 사랑하다(寵)의 뜻을 가진 ‘괴다’라는 말이 있어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봄직하다. 즉 순우리말을 우리문자가 없는 관계로 차자표기(借字表記)를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①. 괴(사랑) +목(木) = 괴목(순우리말) → 괴목(槐木) → 한자(漢字)차자표기

②. 괴(화) + 나무 = 괴(화)나무 → 괴화(槐花)나무 → 회화(槐花- 중국식 발음)나무

→ 회(槐)나무

③. 눋(黃) + 회(槐)나무 =느티나무

 

위와 같은 이유로는 직, 간접적으로 회화나무는 느티나무의 이름에 영향을 미친것 같다. 이 두 나무는 어느 곳이든 쉴만한 곳이거나 공부를 하는 곳에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이며 반대로 나무의 사랑을 우리가 받고 살아왔으니 당연하리라. 다만 차이점은 느티나무는 서민적으로 통속적인데 반해 회화나무는 양반들의 전유물이었고 양반 중에서도 정승정도가 나와야 만이 심을 수 있었다고 하니 차이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옛날 양반이 이사를 갈 때는 쉬나무와 회화나무의 종자는 반드시 챙겨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쉬나무를 심어 종자를 따서 등잔불을 밝히는 기름을 짜고 회화나무는 고고한 학자임을 사방에 알리기 위한 좋은 수단이었던 것 같다

출처 :신앙의바람꽃 ▶   글쓴이 : 물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