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

옥야沃野 2011. 12. 27. 09:32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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