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떠나지 않는디 /이빈섬

옥야沃野 2012. 4. 15. 15:29

 

한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알게 된 뒤로
그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그가 내게 머문 것은 아니겠으나
내가 그를 보내지 않았나 보다
온통 그에게로
정신이 팔려 있다
사람인듯
사람의 바깥인듯
얼굴인듯
이름인듯
그림자인듯
혹은 뒷모습인듯
서성거리는 그 사람이다
서성거려 늘 나를 켕기게 하는
그 사람이다

그가 내게 이 마음을 남긴 건 아닐 터이니
내가 스스로 이 마음을 돋아올린 것인가 보다
이 무슨 미안한 일인가
감히 내가 그를 이토록
생각하다니
그가 이런 속마음을 안다면
얼마나 민망한 일이겠는가 마음이 짓는
깊은 죄처럼 한 사람이 떠오르고
한 사람을 고개 흔들어 지운다
떠나지 않는 한 사람에게
보내지 못하는 마음을
미안해하며
내내 그 생각이다
그는 도무지 짐작할 수도 없을
생각과 생각의 전쟁을
괴로운 뉘우침을
한 사람의 주위에 풀어놓는다
그에게 갇혀
그의 생각에 깊이 묶여
아픈 개처럼
빙빙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안도현  (0) 2012.04.20
설핏 무지개/김진  (0) 2012.04.20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0) 2012.03.04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0) 2012.02.23
양철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0)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