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참 아름다운 사랑시입니다. 가슴 한복판에 스미고 번지는 사랑의 감정을 빛깔로 친다면 복사꽃의 분홍빛에 가깝겠지요. 알 듯 모를 듯하고, 처음에는 엷고, 두근두근 설레는 사랑의 처음 느낌. 물론 사랑의 눈빛 속에 강렬한 것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느린 속도로 슬며시 찾아와 꽃잎처럼 앉았다 간 사랑은 좀체 잊기 어려워요.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 깊숙한 곳을 그렇게 방문했겠지요. 그리고 당신은 떠나왔겠지요. 멀어지면서 윤곽이 흐려지는 이별의 몸을 하고서. 봄을 떠나 여름의 신록 속으로 가셨겠지요. 그러나 나는 살구나무 아래 서서 당신의 안부를 또 걱정합니다. 문태준 님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