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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끼리가 부럽다. 코끼리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 상대 코끼리의 이마에 자기 코를 대어 본다고 한다. 그러면 그 코끼리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연인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까. 시간이 가면, 언젠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까. 서로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전경린 《나비》 중에서
어린 시절, 이 글귀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코끼리는 참 좋겠다. 아냐. 이마에 코를 대었는데 나를 미워하고 있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무서워, 무서워.' 그런데 지금은 코끼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끼리가 되어 긴 코를 나의 이마에 대고 싶어집니다.
'나는 상대를 사랑하고 있을까?' 좀 더 투명하게 여과 없이 나를 알고,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싶은데, 그래야 나에게서 비롯된 어둠을 남의 탓이라 착각하지 않고 나와 너와 세상을 평안히 끌어안을 수 있을 텐데.
내 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의 티끌에 동요되는 나를 문득 발견할 때면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렇게 내 안의 빛깔들을 하나둘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저 나무들처럼 자기가 가진 빛깔들을 겸허히 드러내며 세상의 눈에 자신을 묵묵히 맡길 수 있겠지요. 겨울의 문턱, 노년의 기쁨을 노래하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가만히 존경하는 마음을 눈빛에 담아 보냅니다.
《웃음꽃》 박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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