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하 신문에서 펌

옥야沃野 2003. 4. 19. 09:20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 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 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 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비온 후라 그리고 비가 더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인데

햇빛없는 화창한 날이다.

비에 씻겨 잎사귀들은 더 푸르고

창문을 여는데 아~ 상쾌하다 그런 느낌...시 한편이 왠지 마음을 움직이는 날이다.

오늘 하루 즐겁게 맞고 미련없이 보내도록...부천에서